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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MA 신년기획] 게임은 왜 탄압받는가…게임규제 50년사

기사승인 2020.01.02  19: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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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게임은 탄압받았다!

한국사회에서 게임을 대하는 태도는 모순적이다. 수출 효자산업으로 각광받는 동시에 청소년을 타락시키는 중독물질로 낙인 찍혔다. 정부의 게임육성 이면에는 서슬 퍼런 규제의 칼날이 숨겨져 있다. 성공한 게임회사 경영자는 벤처신화의 주인공이 되지만, 정작 그들이 만든 게임은 마약 취급받는다.

정부는 육성이라는 당근과 규제라는 채찍을 써가며 게임을 ‘산업’의 울타리로 가두어 놓았다. 사건만 터지면 사회의 책임을 게임에 덮어씌우기 일쑤다. 외화 벌어 오는 ‘게임산업’은 환영하지만, 게임이 일상과 어울리는 ‘게임문화’는 배척한다. 게임을 향한 우리 사회의 모순은 한치의 접점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그어왔다.

급기야, 올해 세계보건기구의 게임 질병코드 도입으로 또 다른 탄압의 명분이 제공됐다. 총 10부작으로 진행될 이번 기획은 다가온 게임 질병의 시대를 맞아 그간 한국게임이 받아온 게임 규제의 역사, 그리고 게임질병 코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을 담아보았다.

   
 

1부: 왜 게임은 탄압받는가?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게임은 규제받았다!’ 게임규제 50년사

한국 게임 산업의 역사는 곧 규제의 역사다. 한국에서 게임은 항상 탄압과 견제의 대상이었다. '전자오락'으로 칭해지며 오락실에서만 게임을 즐길 수 있던 1970년대부터, 땅속을 달리는 지하철 한가운데에서도 게임을 접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이 부각되고 있는 2020년을 앞둔 지금까지 말이다.

최초의 규제는 에너지 절약 때문

최초의 게임규제는 에너지 절약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1973년에 아케이드 사업장에 해당하는 전자유기장업종이 당시 보건사회부령으로 입법화 된 후 이듬해인 1974년에 전자유기장업법에 의거해 전자유기장에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게임규제의 시작이다.

당시 정부는 에너지 절약과 낭비 방지 차원에서 신규 전자유기장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산업 태동기라는 당시 시대상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게임이 지닌 생산성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고찰을 갖고 있지 않은 시기였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게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시작됐는지 모른다. 생산적이지 못한 게임은 필요 없는 산업라는 사회적 인식은 이후 정권이 바뀌고, 세대가 변한 지금도 변함없다. 그땐 영화, 만화, 음악 등 모든 문화매체가 비슷한 대우를 받았던 시절이었다.

   
[에너지절약: 1979년 대한석탄공사와 대한연탄공업협회의 에너지절약 포스터. 출처: 정부정책공감 블로그(1979년 경향신문 사진)]

1990년대 당근과 채찍의 시대

본격적인 게임규제는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1991년 2월 학교보건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오락실은 정화구역대상 업종으로 분류됐다. 이 개정안의 영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학교경계선을 기준으로 직선거리 200미터 이내에는 PC방이 자리할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게임 관련시설이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시설로 구분되어 규제되는 셈이다.

이후 정책적인 게임규제 시도는 당분간 잠잠한 국면에 접어든다. 물론 어디까지나 새로운 정책 제안이나 입법 시도를 통한 게임규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때부터 국회 밖 시민단체나 민간단체들의 게임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의 시민단체가 캡콤의 대전격투게임 ‘스트리트파이터2’가 학교폭력을 부추기고 심한 경우 광과민성증후군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여론몰이를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오락실: 1990년대 당시 학교 앞 오락실은 정화구역대상 업종으로 분류됐다]
   
[스트리트파이터:  90년대 폭력성 이슈 중심에 섰던 스트리트파이터2]

한편, 이 시기는 게임 산업에 대한 진흥이 활발했던 시기기도 하다. 1995년에는 정보통신부가 ‘컴퓨터게임산업 종합지원센터’를 설립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아케이드 사업장을 오락 및 교육 기능을 갖춘 테마파크 화하기 위해 종전 56평으로 제한됐던 사업장 면적을 확대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논의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콘솔에 잠정세율을 적용해 특별소비세를 실질적으로 인하하고 게임관련 심의제도를 통합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기도 했다. 이렇듯 1990년대 후반은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번져가던 시기였지만, 오히려 정책적으로는 지금보다 산업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했던 시절이었다.

악몽의 시작!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한국게임 탄압의 역사는 2005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의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게임탄압 정책으로 꼽히는 셧다운제가 처음으로 발의된 해가 2005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