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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문화칼럼] 화산섬 제주에 바친 ‘이중초상화전’

기사승인 2019.10.23  07: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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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갑-박훈일이 이끈 섬, 7년째 건진 내 사진 속 슬픈 ‘이중초상화’

   
[한림항의 거대한 공장건축물은 그냥 축배를 들 와인잔 같아 보인다. 사진=이재정]

“공이 두 번 튀고 나서야 그가 공을 잡을 수 있었다(The ball bounced twice before he could reach it).”

제법 멋진 전시 서문의 배경, 이중초상화(Double Portrait)를 주제로 잡은 고백의 글로 시작해야 한다. 

서울서 튄 공이 처음으로 다다른 곳은 2012년 화산섬, 중산간 삼달리 5월의 풍경 속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김영갑이라는 사진가였다. 또 이른 새벽 도로 위에서 사진가 박훈일을 만났다. ‘5월 제주 중산간의 사진’, 내 손에 쥐어졌던 첫 번째 공은 ‘사진’이었다.

   
[심방의 일상. 사진=이재정]

사진 속 중산간 안개는 신비함 그 자체였다. 우울하다 몽롱하다 그렇게 중산간 안개 속을 헤매다 ‘제주 신화’를 만났다. 형태로서 제주굿을 통해 몇몇의 심방들을 만났고 또 아내를 만났다.

나를 화산섬에 이끈 건 사진이었다. 머물게 만든 건 중산간의 안개였다. 오름 뒤 노을보다 또 올레꾼보다 심방들이었다. 서순실 심방, 오춘옥 심방, 오용보심방... 그렇게 안갯속에서 만난 예술가들의 이름이다. ‘2월 제주 입춘-영등에 등장하는 신(神)’, 내 손에 쥐어졌던 두 번째 공은 ‘제주굿’이었다.

심방도, 해녀도 중산간도, 오름도 노래하던 모든 것들은 이미 사라질 대상들이지만 사진 속으로 걸어들어온 그들의 몸짓은 예술이자 위안이었다. 구복이 아니라 예술이었음에 감사한다.

   
[제주공항 반대 운동이 벌어지는 모습. 사진=이재정]

나는 ‘화산섬’에서 7년째 살고 있다. 그러다 ‘화산섬’은 어느새 나의 두 번째 자아가 되었다. ‘화산섬’이라는 괴물은 매일 아침 아름다운 풍광을 서걱서걱 갉아 먹고 나는 나를 갉아 먹고 산다.

자연을 빛으로 시간 안에 머물게 하는 사진 작업이 옳다는 확신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싹둑싹둑 제주 자연을 먹어치우는 괴물을 박고 있다. 괴물, 아주 적확한 표현이다. 얼마간 지나지 않아 사라질지도 모르는 화산섬은 괴물의 다른 이름이다. 불안감이 크다.

하지만 섬의 성주는 ‘국가’라는 이름을 팔고 도성의 백성들은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섭생에는 관심이 없다. 덕분에 내 마음의 평화는 섬뜩섬뜩 사라진다.

   
[싹둑싹둑 사라지는 제주 자연들. 사진=이재정]

섬에는, 도성 안 백성들은 이방 군대의 전설을 안고 산다. 100년 전 여몽항쟁 시대, 70년 전 해방 후 4.3 시대 ... 화산섬에서는 늘 죽임의 행진이 있었다. 그때는 사람이 죽임의 대상이었고 지금은 자연이라는 차이일 뿐, 또 그때는 이방 군대가 주체였고 지금은 ‘국가’가 주체로 나서고 있으니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의 사진은 마르셀 샤갈의 그림 샤갈의 ‘와인잔을 든 이중 초상화(Double Portrait with Wine Glass)’를 연상한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연인 벨라와의 결혼을 환희로 은유한 작품이다.

   
[ 4.3을 노래하는 사람들 공연 모습. 사진=이재정]

와인 잔을 들게 한 샤갈의 그림과 대신 총을 든 이방군대의 잔상(혹은 초상)을 은유한 나의 작품은 샤갈의 그림에게 바치는 연서 같은 것이다. 사랑하다 떠나버리면 더 큰 상처로 기억에 남는 첫 사랑처럼. 처음으로 사랑한 화산섬을 버리는 나의 방식이다.

나의 제주의 ‘이중초상’ 사진들은 대구 김광석 거리, 파주 헤이리, 서울 성북동을 거쳐 다시 서울 용산 마다가스카르 갤러리에서 다음달 15일까지 4번째 뭍사람을 만나고 있다. 

두 개의 마음, 두 개의 눈, 두 개의 시선은 빛을 통해 한곳에서 만난다. 대담한 색상은 특별한 구성은, 실종된 시간도, 부조리가 담긴 주머니도 모두 한라산을 깎아 누울 자리를 잃은 섬 안 사람들의 이중초상이다. 실종한 그들에게 이 전시를 바치는 이유다.

글쓴이=이재정 add61@naver.com 

   
 

이재정은?

1964년생. 중앙대 졸. 미술세계, SK상사, 경향게임스, 마크앤리스팩트 등 20년차 직장인 졸업. 2012년 제주 이주 후 제주기획자로 '괜찮은삼춘네트워크'를 만들어 제주소비에 관한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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