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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주 칼럼] 50개 다른 달팽이 회사들, 공유오피스서 살다

기사승인 2018.11.26  16: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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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유 오피스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위워크, 같은 공간 또 다른 세상

   
[송은주 감독(오른쪽)이 공유오피스에서 한 멤버와 명동성당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송은주]

공유 오피스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같은 공간 또 다른 세상

나른한 오후 2시, 명동성당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위워크(wework) 을지로 8층 로비에 앉아 있다.

여유롭게 오후 커피를 즐기는 내 앞으로 한 우주인이 다가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그의 직업은 그래픽 디자이너다. 그는 인공지능으로 로고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나다 회사 이야기를 해준다. 본인 미래 직업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내놓으며, 맥주를 따른다.

또 한 우주인이 지나가다 멈추고 인사를 한다. 요즘 정부지원 사업을 시작해 바쁘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때 위워크 각 지점마다 열리는 이벤트에 적극적인 활동적인 우주인이 나타났다.

 “오늘 광화문 지점에서 파티가 있다는데, 같이 갈 분이 없냐”고 묻는다. 어? 오늘 여의도 지점에서는 인디밴드 공연이 있다던데? 오늘 밤은 어느 지점에 가서 즐기나 고민이 된다.

한창 왁자하게 떠들던 우리 ‘공유오피스족’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사무실로 사라진다. 어떤 인사도 없지만, 아무도 어색해하지 않는다. 

   
[을지로 위워크 8층 이벤트홀. 사진=송은주]

■ 2년 3개월째 똬리를 튼 공간...‘공유오피스족’ 그것만이 내 세상

최근 뉴스에 따르면 서울 공유오피스 시장이 4년새 2배 성장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 도시 중 4번째 크게 성장했다. 가파른 성장세에 시선집중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시장의 경험치로 보면 나는 ‘시조새’쯤 되는 듯하다. 공유 오피스 업체인 위워크에 입성한 것이 벌써 2년 3개월째다. 첫 입성은 2016년 8월, 위워크가 강남에 처음 오픈했을 때였다. 입주하는 친구 회사의 자리 하나를 차지했다.

이듬해 2월, 을지로 지점이 오픈했을 때 50인이 같이 쓰는 공간에 책상 하나를 대여하는 전용데스크에 사업자로 이주해 ‘공유오피스족’ 일원으로 단단히 똬리를 틀고 있는 셈이다.

   
[50인 지정석. 같이 살고 있지만 따로 존재하는 공유 오피스 우주다. 사진=송은주]

솔직히 처음 입주했을 때엔 이렇게 오래 있을 계획이 없었다. 그저 몇 달 프로젝트 하나를 마무리하고, 떠날 심산이었다. 하지만 편하게 교류 기회가 생기고,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극을 받았다.

이 세상이 주는 기이한 안락함에 빠져들었다. 점점 이 밝고 쾌적한 공간에 마음을 뉘이게 되었고, 개성 있는 인간 군상들에게 매료되었다.

한국 공유오피스 시장에는 뭇별이 많다. 그 중 빅3이고 그 중에서도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위워크는 월 단위 계약, 1인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맞춤 공간 대여다. 입주한 사람 혹은 회사마다 각자 처해진 상황에 따라 공간에 대해 느끼는 감흥이 다를 것이다. 나는 1인 사업자로 입주했다. 50인의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과 공간을 N분의 1를 공유한다.

내 앞자리에는 트렌드 리서치 회사, 옆자리는 외국계 회사의 한국 지사, 뒷자리는 가방 디자인 회사 등 책상 50개는 단순한 책상이 아니다. 각각 살아있는 사업체이자 달팽이처럼 집을 통째로 지고 다니는 회사들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형태로 일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입주할 때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다. 과연 얼마만큼 업무 만족도가 있을까? 일은 잘 될까? 과연 멤버 간 교류는 원만할까?

   
[가끔 멤버들이 게임하기와 피자먹기도 한다. 사진=송은주] 

이 모든 근심은 기우였다. 개방된 업무 환경은 금방 익숙해졌다. 주변인들과는 서슴없이 일과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소통하자고 들면, 대부분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에 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묘한 감정선이 출렁거렸다. 같이 있지만 사실 노래 제목처럼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별개로 행동하는 공간이었다. 이런 낯선 형태의 환경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종류의 마음가짐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표현하자면 가령 ‘지침서’로 명명할 수 있다. 보다 알찬 공유 오피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지침서 말이다.

 ■ 보다 알찬 공유 오피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지침서

더글라스 애덤스는 본인의 저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무한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우주 속에서 인생을 이해해 보고자 애쓰는 사람에겐 없어선 안 될 지침서”라고 정의했다.

비유는 희한하게 들어맞았다. 다름 아닌 ‘무한하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우주’는 공유오피스였다. 공유오피스는 마치 거대한 우주 한 귀퉁이 새로운 종류의 항성이었다. 이름하여 ‘공유 오피스 인류’라고 해 보자. 이 인류가 뭉쳐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다 알찬 공유 오피스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지침서는 우선 마음가짐을 체크해야 한다. 꼭 필요한 것을 체크해보는 것이 가장 선명한 주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 나름대로 이 우주를 버텨낼 지침서를 노트해보았다.

   
[로비에서 점심. 사진=송은주]

‘공유 오피스 인류’에서 꼭 가져야 할 첫째 덕목은 ‘호기심’이다. 새로운 회사가 입주했다. 응? 이 회사는 어떤 회사지? 공유 오피스에서는 궁극의 호기심이 기저에 깔렸을 때, 풍요로운 네트워크를 누릴 수 있다.

둘째로는 ‘경청’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다. 한 쪽이 자기소개를 30분 이상한다. 듣는 쪽은 인내심을 시험당하는 것 같다. 오피스 인류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는 ‘모험심’이다. 위워크에서는 각 지점마다 매일 이벤트가 열린다. 요가, 꽃꽂이, 재테크 방법, 회사 홍보, 와인 파티 등. 그 내용도 규모도 다양하다. 평소 전혀 관심 없던 분야라고 한 번 시도해보는 모험심이 필요하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면. 한 번 시도해 보는 걸로.

넷째는 ‘개방 정신’이다. 평소 폐쇄적으로 일을 하던 사람도 공유 오피스 인류가 되려면 개방정신이 필요하다. 누군가 당신의 일에 대해 물었을 때, ‘개방한다’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 거래처가 생길지도 모른다.

다섯째는 ‘관계 인정’이다. 공유 오피스 인류는 친하지만 친하지 않는 관계다. 월별 계약은 오고 감이 자유로운 공유 오피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친했던 멤버가 사라지고, 다른 멤버가 그 자리를 차지해도 괜찮다. 이것이 얕고, 넓고, 쿨한 이 인류의 관계망이다.

   
[점점 더 커져가는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 사진=SBS CNBC 캡처]

위워크 입주한 세월이 2년 3개월이다. 한국 남자 군대 복무 기간이 21개월이니, 남자였다면 ‘말년 병장’을 지나 제대할 시기가 지났다. 이곳에는 50인의 군상들이 만드는 우주다. 같은 공간을 사용하지만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이 항성의 종족은 어떻게 진화할까. 다른 별들을 정복할 수 있다. 최악의 불행을 예측하다보면 섬뜩하게 노숙별로 헤맬 수도 있다. 앞으로 새 인류이자 우주 같은 ‘스페이스 매트릭스’에 대해 관찰자이자 참가자로 이 세상을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싶다.

글쓴이=송은주 감독 sej7845@gmail.com

송은주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다. 현재 영상 콘텐츠 제작 회사 Studio BANBO 대표를 맡고 있다. 혁신적인 산업분야 이야기를 재미있는 영상으로 풀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웹툰 원작 영화 웹툰 원작 영화 <성판17> 각색과 감독을 했고, 중국 영화 <超能少年事件> 각본을 썼다.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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