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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5] 헤일로 워즈: 앙상블이 지옥서 쏘아올린 홈런

기사승인 2018.10.03  07: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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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 땀, 픽셀 : 트리플 A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5> 헤일로 워즈

   
 

‘피, 땀, 픽셀 : 트리플 A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5> 헤일로 워즈

2004년 여름, 앙상블 스튜디오 경영진은 칩거를 위해 시카고로 날아갔다. 유독 암울한 시간이었다. 몇 년 동안 비디오게임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봐도 도무지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던 이들은 며칠간 일상에서 벗어나 난상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시리즈 첫 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s)’를 완성하기 위해 앙상블 직원들은 1년 가까이 매주 100시간씩 일하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리드 디자이너 데이브 포틴저(Dave Pottinger)는 이 시간이 “다시는 시도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한 죽음의 행진”이었다고 말했다.

1997년 마침내 세상에 나온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는 출시되자마자 수백만 장이 팔리며 앙상블과 배급사였던 마이크로소프트에 성공을 안겨주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지’의 후속작, 확장팩, 스핀오프를 줄줄이 출시하며 수익을 내다가 결국 스튜디오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디피너티브 에디션> 예고편]

■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앙상블, 후속작 대신 '하일로 워즈' 개발 날벼락

시카고 여행이 끝날 무렵, 앙상블 경영진은 새 프로젝트 세 개를 승인했다. 첫 번째는 콘솔용 RTS(코드명 ‘피닉스’), 두 번째는 MMO(코드명 ‘타이탄’), 세 번째는 ‘디아블로’를 모사한 SF 액션 RPG(코드명 ‘노바’)로 포틴저가 이끄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팀이 작업을 마치는 대로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제작을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다면 앙상블도 비슷하게 할 수 있으리라고 경영진은 생각했다.

당시 피닉스 팀에는 그레임 더바인, 안젤로 로던, 크리스 리피와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몇 명이 있었다. 이 팀은 인원이 적고 단결력이 좋으며,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아닌 다른 일을 한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더바인은 ‘부적응자들의 모임’이라는 이 팀의 별명을 좋아했다.

머지않아 ‘인간이 외계인과 맞서 싸우는 스타크래프트 느낌의 SF 게임’이라는 기본 콘셉트가 나왔다. 인간으로서 플레이할 때와 외계인종으로서 플레이할 때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더바인은 이런 특징을 스웨이(Sway)라고 불렀다. 영화 ‘우주 전쟁’처럼 인류가 허접한 군대를 내세워 외계인의 거대한 전쟁 무기에 대항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목표였다.

피닉스 팀은 게임 승인을 받기 위해 필 스펜서(Phil Spencer)와 피터 무어(Peter Moore) 같은 엑스박스 임원들과 줄줄이 회의를 해야 했다. 첫 회의는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러나 두 번째 승인 회의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새 지시를 내렸다. ‘헤일로’ 게임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당시 ‘헤일로‘는 인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피터 무어는 말했다. 1편과 2편은 수백만 장이 팔렸고, 2007년에 출시될 ‘헤일로3’는 기대작 중 하나였다. “우리는 세계관 건설 방식을 고려했을 때 ‘헤일로’가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잘 맞는 IP(지적재산권)라고 생각했습니다. RTS에는 착한 놈과 나쁜 놈의 대결이 필요하죠. 데이터나 증거 자료들을 봐도 새 IP보다는 ’헤일로‘가 덜 위험하다는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 '헤일로3' 출시한 번지 홀로서기...채워지지 않은 '헤일로 워즈'팀

'헤일로' 게임을 만들라는 지시의 배경도 있었다. '헤일로3'가 발매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팬들은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번지스튜디오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독립회사로 나선다는 내용이다. '헤일로'의 판권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긴 번지는 더 큰 개발사로 거듭나기 위해 홀로서기를 택했다.

비디오게임 업계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다. 배급사는 보수적이고 위험 부담을 싫어해서 되도록이면 이미 인기를 얻은 프랜차이즈나 후속작을 만들려고 한다. 아무리 야심만만한 게임 스튜디오라도 사람들에게 친숙한 프랜차이즈를 만들기 위해 게임을 손볼 때가 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1년 가까이 진행해온 더바인과 그의 개발 팀에게 원래 게임 대신 홍보하기 좋은 IP를 쓰라고 하는 건, 막 출산한 엄마에게 방금 낳은 아이 대신 더 잘생긴 아이를 데려가라고 하는 것과 같은 날벼락이었다.

‘헤일로’의 모든 것에 대한 소유권은 번지에게 있었기 때문에, 앙상블은 아무리 기본적인 줄거리 아이디어라도 번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앙상블은 스피릿 오브 파이어 군함에 탄 UNSC 군사들을 중심으로 게임을 전개하고, 이들이 ‘헤일로 워즈’ 전용으로 고안한 아카디아 행성에서 대부분의 전투를 진행하고 싶었다. 이 모든 결정은 번지를 거쳐야만 통과되었다.

2006년 중반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헤일로 워즈’를 공식 승인하면서, 앙상블 경영진은 직원을 뽑고, 게임 제작에 필요한 아트와 코드 작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몇 달 전에 나온 문제를 마주할 차례였다. 소규모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이었던 피닉스에서 그레임 더바인, 크리스 리피, 안젤로 로던을 제외한 나머지는 물론, 앙상블에 있는 직원들을 통틀어서 ‘헤일로 워즈’를 맡고 싶어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십수 년 동안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스핀오프만 만들어온 베테랑들은 RTS 게임에 신물이 나 있었다.

결과적으로 ‘헤일로 워즈’팀은 인원을 채우지 않았다.

2007년 게임쇼 E3에서 더바인이 내레이션을 맡은 시험판은 팬들을 감동시켰지만, ‘헤일로 워즈’ 팀은 참담한 상태였다. 이들은 실제 게임에서 작동하지 않는 코드를 직접 짜서 시험판을 만들었다. 물론 그래픽은 실시간으로 작동했지만 인공지능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고, ‘헤일로 워즈’의 실제 전투 플레이는 시험판이 심어준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다른 게임 개발자들과 다르게 콜트 매캔리스는 새벽 6시 반에 출근하기를 좋아했다. 동료들은 보통 네다섯 시간이 지나서 도착했기 때문에, 그는 주위를 산만하게 하는 사람이 없는 시간에 혼자 코드를 짤 때 업무 효율이 가장 높았다. 매캔리스는 ‘헤일로 워즈’에서 아트 툴, 라이트 셰이더, 멀티코어 스레딩 처리같이 최고로 어려운 엔지니어링 작업을 맡았기 때문에 혼자 일하는 게 나았다.     

   
 

■ "헤일로 워즈 출시후 14년 앙상블 스튜디오 폐쇄" 폭탄선언에 눈물

2008년 9월 어느 월요일, 매캔리스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사무실에 도착했다. 곧 무언가가 잘못됐음을 눈치챘다.

강당에서 앙상블 직원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가 열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회의장에 들어가자, 마이크로소프트의 HR 담당자, 부사장단, 경영진이 보였다. 직원 전체가 자리에 앉자, 앙상블의 CEO 토니 굿맨이 앞으로 나와 핵폭탄을 터뜨렸다.

“토니가 연단으로 나와 그러더군요. ‘여러분께 전할 소식이 있습니다.’” 그레임 더바인은 말을 이었다. “앙상블은 ‘헤일로 워즈’ 출시를 마지막으로 폐쇄됩니다.”

14년 동안 10종이 넘는 게임을 만든 앙상블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좋은 소식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헤일로 워즈’를 마무리 짓길 원한다는 것이라고 굿맨은 말했다. 앙상블의 모든 직원이 앞으로 넉 달 정도 일을 계속할 수 있으므로 새 일자리를 찾을 시간이 넉넉하다는 것이었다.

몇몇이 울음을 터뜨렸다. 더러는 화를 냈다. “완전 열 받았죠.” 콜트 매캔리스는 말했다. “저는 아내와 첫째 아이를 가진 참이었어요. 출산 예정일이 1월 말인데, 바로 그때 회사를 닫는다는 겁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바로 그날에 제가 백수가 될 판이었어요.”

형제 사이인 폴 베트너(Paul Bettner)와 데이비드 베트너(David Bettner)는 곧장 사표를 쓰고 나와 뉴토이(Newtoy)라는 스튜디오를 차려서, 인기 게임 ‘스크래블(Scrabble)’ 아류작 ‘워즈 위드 프렌즈(Words with Friends)’를 만들었다. 이들의 퇴사는 멋진 선택이었다. 2010년에 징가(Zynga)가 5330만 달러(약 592억 2696만 원)에 뉴토이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 비현실적인 마지막 몇개월...E3 울부짖는듯한 시네마틱 예고편

새로운 층위의 이 사내 정치가 여러 직원을 한층 고통스럽게 했다. 리치 겔드라이히와 베트너 형제를 제외한 앙상블의 전 직원은 이 혼란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남았다(퇴직금이 유효했다). 몇 달 동안 앙상블은 사내 정치, 그리고 ‘헤일로 워즈’를 완성하면 스튜디오가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외면하려 했다.

비현실적인 마지막 몇 개월이 지나고, 앙상블 직원들은 사내 정치를 제쳐두고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무언가를 출시한다는 희망으로 뭉쳤다. 모두들 스튜디오가 없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 출근했다. 철야도 불사했다. 그리고 ‘헤일로 워즈’의 완성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무 일도 없었고, 아무 일도 없는 듯 좋은 날이 있었고, 우울한 날도 있었죠.” 크리스 리피는 덧붙였다. “그래도 모두들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자부심으로 뭉쳤다. 그게 우리 스튜디오의 유산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고요. 스튜디오를 제대로 대표할 작품을 만들고 싶어 했다.”

2009년 2월 26일에 ‘헤일로 워즈’가 세상에 나왔다. 반응은 꽤 괜찮았고, 유로게이머나 IGN 같은 게임 사이트에 좋은 후기가 올라왔다. ‘헤일로 워즈’ 팀에 있던 사람들은,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그 난리통에 완성도가 반토막인 게임이 나왔어도 자랑스러웠을 거라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퀄 게임 ‘헤일로 워즈2’를 만들기 위해 새 개발사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를 고용하기까지 했다. 이 게임은 2017년 2월에 출시됐다.

앙상블이 영원히 문을 닫기 몇 달 전에 2008년 E3로 돌아온 ‘헤일로 워즈’ 팀은, 돌이켜보면 잠재의식 속에서 도와달라고 울부짖는듯한 시네마틱 예고편을 공개했다. “5년, 기나긴 5년이었다.” 해군들이 외계 침략자 커버넌트를 물리치는 장면에서 내레이터가 말한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헤일로 워즈> E3 시네마틱 예고편]

다음 장면에서, 강하한 커버넌트 군대가 해군을 차례로 죽이는 대학살을 자행한다.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그러나 곧 후퇴가 거듭되고, 계속된 전투에서의 패배는, 금방 손에 넣으리라 믿었던 승리의 시간을 지옥과 같은 5년의 세월로 바꿔놓았다.”

* 이 글은 『피, 땀, 픽셀』(한빛미디어, 2018)의 일부를 재구성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글쓴이 제이슨 슈라이어

필자 제이슨 슈라이어는 게임 웹진 '코타쿠'의 뉴스 에디터다. 베일에 가려진 게임 업계의 냉혹하고 다양한 주제를 끈질기게 취재하며 명성을 쌓았다.

'코타쿠' 전에는 '와이어드'에서 게임 칼럼을 썼으며, 그 밖에도 뉴욕 타임스, 에지, 페이스트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해왔다.

역자 권혜정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테트리스 이펙트'(한빛미디어, 2018), '이기적 진실', '뮤지엄, 뮤지엄'(이상 비즈앤비즈), '예술 속 문양의 세계'(시그마북스) 등이 있다.

정리=박명기 기자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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